우리 동네에 아주 유명한 삼겹살집이 있었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우던 그 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고기를 직접 고르고 손님에게 가장 맛있는 부위를 설명해주던 사장님 덕분에, 단골들은 “여기 삼겹살은 진짜 다르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이 집의 삼겹살 맛이 평범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숯이 잘못된 건가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숯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 맛을 찾기 위해 몇 번을 다시 방문했지만, 손님들은 하나같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발길을 끊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멀어진 사장님
이 삼겹살집이 평범해진 이유는 간단했다. 사장님이 더 이상 주방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땐 사장님이 고기를 직접 손질하고, 손님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두께와 굽기 방식을 연구했다. 삼겹살의 지방과 살코기 비율을 계산하며 최적의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가게가 잘되자 사장님은 고기를 굽는 일에서 손을 뗐다. 대신 매출표를 확인하고, 배달 영역을 확장하며, 주방에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데만 몰두했다. 중요한 건 고기의 맛이었는데, 그는 점점 고기가 아니라 숫자에만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그의 ‘헝그리 정신’은 점점 사라졌다.
삼성전자와 삼겹살집의 닮은꼴
이런 변화는 비단 삼겹살집뿐 아니라 거대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삼성전자가 한때 전 세계 기술 산업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R&D 출신 경영진들이 기술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경영진은 기술이라는 ‘본질’을 직접 연구하던 사람들이었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땀 흘리던 이들이 경영진에 오르며, 제품의 혁신과 미래를 위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최근, 경영진의 구성은 기술보단 재무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수익성과 단기 성장을 목표로 하다 보니, 숫자는 좋아졌지만 ‘맛’이 평범해졌다는 위기론이 나온다. 삼겹살집 사장님이 맛있는 삼겹살을 내려놓고 계산기만 두드리는 모습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삼겹살집의 성공은 본질을 지키는 데 달려 있다. 고기의 품질, 굽기의 기술, 그리고 손님과의 신뢰. 이를 포기하면 가게는 단기적으로 잘될지 몰라도, 언젠가 손님들이 등을 돌린다.
대표가 주방에서 직접 고기를 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최소한 고기의 상태와 맛의 본질을 이해하고,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고기를 평범하게 만들고, 결국 손님들을 떠나게 한다.
헝그리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
삼겹살집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만약 그 사장님이 매출을 계산하기 전에 한 가지 원칙을 지켰다면 어땠을까? 손님에게 직접 요리를 내놓고 반응을 확인하던 초심을 끝까지 유지했다면? 주방에 남아 요리를 완벽히 이해한 뒤 맡겼다면, 손님들의 실망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이 원칙은 기업이나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 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초심은 “무조건 해내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다.
1)끊임없이 배우기
새로운 기술이나 시장을 이해하는 데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내가 지금 모르는 분야라면, 직접 배워야 한다.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진이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이끌 수 없는 것처럼.
2)경험에서 통찰 얻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중식, 한식, 양식 모두 배워본 흑백 요리사가 모든 메뉴를 정복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시도는 결국 통찰력을 선물한다.
3)절박함을 유지하는 환경 조성하기
배부르지 않으려면 늘 갈증을 느끼게 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는 현실적이면서도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설정하라.
삼겹살집 사장님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주방에 서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절박함이다. 손님이 줄어들고, 매출이 떨어져 가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면 사장님은 절박한 마음으로 다시 고기를 손질하고, 맛을 연구할 것이다. 하지만 배가 부른 상황에서는 그런 절박함을 찾기 어렵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선 꾸준히 갈증을 느껴야 한다. 배가 불러 만족해버리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건 시간문제다.
절박함, 시스템, 돈
삼겹살집이든, 삼성전자든, 대부분의 회사의 성공 조건은 비슷하다.
1)절박함: 이게 없으면 본질을 잃기 쉽다. 고기를 다시 연구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며, 더 나은 맛을 위해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2)시스템: 절박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절박함을 실행 가능한 방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고기를 손질하는 기준, 주방의 위생,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매뉴얼이 필요하다.
3)돈: 절박함과 시스템을 실행하려면 자원이 있어야 한다. 고품질의 고기를 들여오고, 좋은 숯을 쓰며, 훌륭한 직원들을 고용할 여유가 필요하다.
”절박함, 시스템, 돈.” 이 세 가지는 성공 방정식의 세 꼭지점이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건 단연 절박함이다. 시스템과 돈이 부족해도 절박함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게 한다. 반대로 돈과 시스템이 충분해도 절박함이 없다면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삼겹살집 사장님이 다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주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기의 맛을 다시 확인하고, 숯과 불의 온도를 연구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술의 본질을 다시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삼겹살 사장님이 주방에서 다시 땀을 흘리듯, 나 역시 절박함을 다시 품는다. 그리고 여러분도 그 절박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성공은 계속 배고프게 만드는 사람의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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