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참 예식장 예약하고, 스튜디오 사진 찍고, 혼수 얘기까지 나누느라 정신없는 친구 있다. 내 오랜 친구이자 지금은 회사의 핵심 팀원인 그. 결혼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일은 여전히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그런 그를 보면, 흐뭇함보다 묘한 울림이 먼저 온다.
“그래, 이제 이 친구도 다음 챕터로 가는구나.”
가정이라는, 회사보다 더 중요한 ‘삶의 현장’으로.
시간이 참 빠르다. 서로 열정 하나 믿고 팀을 꾸렸던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는 누군가의 인생을 함께 책임질 사람이 된다. 그가 이제 누군가의 남편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인생의 다음 챕터가 시작된다는 것. 그건 단순한 ‘경사’ 이상의 의미였다.
그 순간, 대표사원으로서 머릿속에 여러 그림이 스쳤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그, 아이를 안고 있는 그, 부모가 되는 그와 그의 아내. 그 모든 장면 속에서 그는 여전히 이 회사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삶의 일부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는 헤어질 수도 있다는 걸. 그가 떠날 수도 있고, 내가 먼저 손을 놓아야 할 수도 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그가 더 나은 환경을 찾아서.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 남는 기억은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모든 만남에는 끝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있는 이 시간은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까?
그 답을 나는 이렇게 정했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 있는 동안만큼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자. 그리고 떠난 후에도 “그래도 거기 있었던 게 내 인생에 의미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하자.
회사라는 건 본질적으로 사람의 모임이다. 수치와 성과로만 유지되는 구조가 아니다. 이 안에는 각자의 삶이 있고, 고민이 있고, 내일에 대한 불안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시스템만 말한다. 자동화, 매뉴얼, 관리자-실행자 구분. 효율화가 미덕이고, 대표는 전략만 짜면 된다는 말이 넘친다.
웃기지 마라. 나는 그런 마인드로 오래 가는 회사를 못 봤다.
시스템은 대표가 지켜볼 때만 돌아간다. 진짜 자동화는 수없이 부딪히고 실패한 사람이 맨바닥에서 쌓아올린 시행착오의 집합이다. 대표가 없는 순간, 결국 회사는 사람으로 돌아간다. 신뢰, 태도, 감정, 책임감이 모든 게 엑셀 시트나 자동화 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람은 시스템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직원은 수치가 아니고, 동료는 자산이 아니다. 그들은 내가 함께 걷는 사람들이다. 그걸 모르고 사람을 단순히 ‘성과 내는 존재’로만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떠난다. 사람이 떠나면 돈도, 존중도, 방향도 같이 무너진다.
회사를 만든다는 건, 결국 사람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표사원인 나는 생각한다. 시스템이 아니라, 관계를 만든다고. 직원이 아니라, 함께 걸을 사람을 찾는다고.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이 조직을 ‘괜찮은 기억’으로 만들고 싶다.
누구든 언젠가 회사를 떠난다. 하지만 떠나면서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 회사에 있었던 시간이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그거면 충분하다. 그게 내가 만들고 싶은 회사다. 붙잡는 회사가 아니라, 남는 회사. 성과가 아니라, 사람의 성장을 먼저 보는 회사.
팀원이 곧 결혼을 한다. 그는 더 성숙한 책임을 지게 될 거고, 나는 더 단단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로 가겠지만, 지금 이 길 위에서는 최선을 다해 같이 걷는다. 그것만은 변하지 않도록.
그리고 언젠가 그가 어디선가 이런 말을 하길 바란다. “그때 그 회사, 그 사람들이 나한텐 참 고마운 존재였어.” 그 정도면, 대표사원으로서 난 꽤 괜찮게 살아낸 셈이지 않을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