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열 살짜리 조카가 세뱃돈 5만 원 받고 한 말이 있다.
“삼촌, 저 지금 5분 일하고 5만 원 벌었어요. 시급 60만 원이에요.”
그 말에 온 가족이 웃었다. 그런데, 비슷한 말을 진지하게 하는 어른들이 있다. “새배 10분에 30만 원 받았으니, 내 분급은 3만 원이다. 시급 환산하면 180만 원, 그러니까 내 가치는 연봉 34억이다.”
물론 농담처럼 들린다. 하지만 문제는, 이걸 실제 강의로 팔아먹고 있다는 거다. 유튜브나 인스타,스레드 그리고 광고판 한 켠에서 이런 “희망고문형 강의”는 매일같이 재생산되고 있다. 단 몇 분 만에 연봉 수십억, 부동산 3채, 포르쉐 키를 잡은 사람들의 “성공 공식”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 말도 꼭 빠지지 않는다.
“이걸 믿지 못하는 당신이 루저입니다.”
‘이득을’ 위한 조롱
이런 말장난은 처음엔 유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곱씹다 보면 씁쓸하다. 이건 단순한 셈법이 아니라, 땀 흘려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구조다. 편의점 야간 알바, 대리운전, 택배 상하차,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직장인들… 그 수많은 10분은 결코 30만 원짜리가 아니다. 대부분은 밥값도 안 되는 돈이다.
“네가 못 벌어서 그렇다”며 조롱하듯 말하는 이 강의 콘텐츠는, 현실을 왜곡한다. 그리고 그 왜곡된 현실 위에, “2천만 원짜리 강의”를 얹는다. 이쯤 되면 말장난이 아니라, 감정 사기다.
‘정신적으로 강인하다’는 자기기만
“나는 네거티브에 긁히지 않는다.” 이런 말은 진짜 강한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 강한 사람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굳이 ‘나는 상처받지 않는다’고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웃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정신적 강인함은,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남의 말도 받아들이는 유연함에서 나온다. 그런데 많은 ‘강의판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을 비판하면, 전부 “루저의 시기질투”라고 몰아붙인다. 이런 방어기제는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강인한 척하지만, 사실은 바깥의 소리에 휘청거리는 불안한 모습일 뿐이다.
진심을 배우기까지, 나는 한 번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블로그 수익으로 먹고살기 시작했다고 해서 처음부터 길이 보였던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처음엔 ‘그럴싸한 말’이 전부인 줄 알았다. 제목만 그럴싸하게 달면 클릭은 터지고, 조회수만 올라가면 뭐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해봤다. “하루 5분 투자로 블로그 월천 가능!”, “단 3일만에 상위노출, 나만의 비밀 공개!”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땐 진심이었다.…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회수는 올라가도 사람들의 반응은 점점 차가워졌다. 댓글은 달리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 나름 잘 만든 콘텐츠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빠져 있었다.
그때 우연히 유튜브에서 ‘곽팀장’이라는 사람의 영상을 봤다. 그 사람은 요란하지 않았다. 광고도, 후킹도 없이 그냥 조곤조곤 이야기하는데 그 안에 단단한 진심이 있었다.
“마케팅은 사람을 속이는 기술이 아니라,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이다.” 그 말이 뇌리를 세게 때렸다. 그리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내 블로그를 다시 봤다. 그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썼던 말들, 그럴싸한 척하기 위해 뻥튀기한 숫자들, 진심 없이 베껴 썼던 남의 이야기들.
그걸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업하며 힘든 이야기, 망한 이야기, 키워드 하나 못 잡아 망친 포스팅, 팀원들의 이탈에 혼자 속쓰려 하고 힘든 이야기, 그러다가 가끔은 또 잘되는 이야기. 그제야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글 너무 공감돼요.”
“저도 똑같은 고민했어요.”
댓글은 많지 않았지만, 그 몇 줄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표지에 “하루 5분 투자로 월천 가능!” 같은 말만 봐도, 사람들은 그게 허풍이란 걸 안다. 하지만 힘든 현실 속에서, 누군가는 그 말에라도 기대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들어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
진짜 성공은 ‘하루 10분’에 생기지 않는다
진짜 연봉 20억짜리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고, 남들보다 오래 집중하며, 적어도 한 가지 일에는 미친 듯이 몰입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은, “10분에 30만 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10분 뒤에, 몇 천 시간의 노력과 실패가 있었음을 안다.
성공은, 숫자의 마술이 아니다. 인생도, 강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야 할 건 “하루 5분 투자로 경제적 자유!” 같은 설탕물 같은 말이 아니다. 그건 입에 닿을 땐 달지만, 속은 텅 비고, 오래가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건, 처음엔 거북하지만 나중엔 몸을 살리는 쓴 맛이다. 쓴 조언은 아프다. 귀에 거슬리고, 자존심이 상한다. 하지만 그게 진짜다. 나도 그걸 안다. 왜냐면, 나도 한때 달콤한 말만 좇다가 정작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적이 있으니까.
물은 흘러가고, 불꽃은 꺼지지만 돌은 시간 속에서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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